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고용노동부가 주도하면 더 잘 해결될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고용노동부가 주도하면 더 잘 해결될까?

무작정 고용노동부에 모든 조사를 맡기기보다는 현장 상황에 맞춘 현실적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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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늘어나면서 이를 공정하게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에도 가해자가 스스로 조사를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셀프 조사’라는 비합리적인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여지가 크다.

사용자 ‘셀프 조사’, 왜 문제인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가 직접 조사를 하는 ‘셀프 조사’ 시스템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위험이 있고, 객관성과 공정성도 보장될 수 없다.

현행법은 사용자가 직접 조사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고용노동부도 내부 지침을 통해 근로감독관이 병행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장관이 신고를 받으면 직접 조사하고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고용노동부 주도 조사의 우려점

하지만 이 개정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안의 시행 과정에서 여러 실질적인 문제도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역량 부족

현재 고용노동부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전국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신고가 몰리면 조사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 보호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사용자와의 갈등 심화

사용자가 조사 의무를 완전히 배제하면, 사용자와 고용노동부 간의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갈등은 사업 운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사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실효성 논란

법안이 의도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피해자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하거나 조사를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조사를 위한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조사 기구를 설립하거나, 사용자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하는 형태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분명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지만, 조사 역량 확보와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정하고 안전한 직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책과 현실적 실행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공정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변화다. 하지만 무작정 고용노동부에 모든 조사를 맡기기보다는 현장 상황에 맞춘 현실적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의 취지를 살리되, 보다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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